아이에게 영어 노출 방법을 고민하다가 마더구스 (mother goose) 책과 음원까지 구매해서 노출시켜 보았었는데요.
(어떤 출판사, 제품인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어떤 출판사든지 다 비슷하고 마더구스 자체에 대한, 그 자체적인 특성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이 부분 참고 부탁드릴게요.)
영어전공자로서 마더구스를 어린아이들에게 노출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강하게 들었고 저는 결국 들여온 책을 두달여만에 처분하였습니다.
그 이유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마더구스란?
앞서 마더구스는 영어로 내려오는 구전동요, 너서리라임(nursery rhyme)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어린아이들에게 동요형식으로 가르치기도 하는데요. (페파피그 같은 영어 DVD에도 아이들이 마더구스 중 하나를 배우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어 노출을 할 때 자연스럽게 고려하시는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도 이런 목적으로 책을 만들어 내는 것 같고요.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몇 세기전 영국의 정치적 상황이 반영되어있기도 하고 이런 노래를 만들어서 서민들이 부르면서 절대 왕권을 에둘러 비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내용들이 많았어요. 얼핏 보면 그냥 노래 같지만, 뜯어보면 의미심장한 그런 내용 있죠? 따라서 영미권 국가 내에서도 아이들에게 이러한 마더구스를 노출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출판사에 따라서 이런 내용을 조금 순화하거나 걸러내서 아이들이 따라 부르기 좋은 nursery rhyme만 골라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나쁘다, 좋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요. 영어 학습적인 면에서 효율적일까 하는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1. 아이들 수준에서 어려운 어휘를 담고 있다. (고어 표현)
아기에게 읽어주려고 산 마더구스 책을 보고 정말 놀랐었는데요. 평생 영어만 공부해 온 제게도 생소한 오래된 영어 표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것들이 modern version이라고 해서 많이 순화된 표현이라는 점입니다.
Jack and Jill went up the hill
To fetch a pail of water.
Jack fell down and broke his crown,
And Jill came tumbling after.
Up Jack got and home did trot
As fast as he could caper,
And went to bed to mend his head
With vinegar and brown paper.
머리를 우선 'crown'이라 표현한 점도 생소한데, non-native speaker인 아기들이 fetch, caper 등의 수준 높은 단어부터 노출될 필요는 없다고 느꼈어요. 물론 노출해도 알아서 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받아들이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brown paper는 무엇인지 context 측면에서 바로 와닿지 않아서 제가 찾아서 공부해서 가사를 알려주어야 할 판이었습니다. ㅠㅠ
Baa, baa, black sheep,
Have you any wool?
Yes sir, yes sir,
Three bags full.
One for the master,
One for the dame,
And one for the little boy
Who lives down the lane
Have you~ 이런 표현.. 뭐 지금 쓸 수도 있죠... 그런데 dame 같은 표현은 아이들 입장에서 빨리 습득해야 할 우선순위의 단어는 분명 아니죠. 그리고 짧은 노래 가사에서도 어렴풋이 서민의 고된 생활고 이런 게 느껴집니다요. ㅠㅠ 주인님에게 먼저 갖다 바쳐줘야 하는 그런... 요런 내용을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기들이 굳이 불러야 하나 싶었어요.
2. 영국 역사를 반영한 다소 난해하고 심오한 내용
마더구스는 구전동요답게 음 자체는 정말 따라 부르기 편하고 반복적이어서 귀에 쏙쏙 꽂히는 특징이 있는데요. 그 가사 내용은 딱히 아이들에게 권장하고 싶지는 않기도 합니다.
Hey diddle diddle,
The cat and the fiddle,
The cow jumped over the moon;
The little dog laughed
To see such fun,
And the dish ran away with the spoon.
헤이 디들디들~ 요 음 까먹어지지도 않아요. 케이팝 뺨칩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설명해 주기 너무 힘들었어요. 사전 찾아가 보며 fiddle은 violin의 오래된 표현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the dish ran away with the spoon은 뭐랄까 너무 뜬금없죠. 찾아보니까 역사적 사건 (아주 복잡하더만유)랑 엮여있는 비유적 표현이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이걸 굳이 설명하지 않고도 들려주고 노래만 부르게 해도 되겠지만,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른 채 부르기에는 너무 생뚱맞은 가사 전개와 문맥으로... "다른 동요도 많은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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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른 쉬운 동요도 많다.
그렇습니다. 영미문학, 영어교육 전공자인 저도 사전 들쳐보면서 의미 찾아가면서 뭔가 공부해야지 제대로 문맥과 의미가 파악가능할 것 같은 이 마더구스를 왜 굳이.. 굳이..!! 처음 영어를 배우는 아이에게 들이밀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심 대학생 때로 돌아가서 18세기 때 쓰인 작품 읽는 느낌이었어요...)
세상엔 더 밝은 내용을 담은, 더 심플하고, 현대적인 영어로 쓰인, 동요가 많거든요! (예로 super simple song만 봐도 그렇죠.. 뽀로로 영어노래들도 좋아요 좋아..)
아이들은 어차피 크면서 그 가사를 조금씩 옹알거리고 다니는데 그게 그냥 평소에도 아이가 쉽게 쓸 수 있는 쉽고 현대적인 영어였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본인도 무슨 뜻인지 모르고 웅얼거리는 가사(fiddle이 뭐지?)보다는 확실히 이건 이런 뜻이야(twinkle은 반짝 반짝이지!) 알고 노래 부르면 더 좋잖아요?
(아, 물론 마더구스 중에서도 어렵지 않고 심오한 내용이 아닌 곡들도 몇.. 곡 있습니다. 그런 곡들은 강추해요..)
그래서 저는 마더구스 책과 CD들은 다 팔아버리고, 험티덤티(Humpty Dumpty)에 미련이 남은 아이를 위해 핑크퐁 마더구스 패드 (반응 괜찮았습니다) 하나를 사주고는 마더구스와 작별하였습니다.
Humpty Dumpty sat on a wall.
Humpty Dumpty had a great fall.
All the king's horses and all the king's men
Couldn't put Humpty together again.
구전동요는 수백 년을 구전되어 온 만큼 중독성 장난 아닙니다... 험티덤티..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아....
그래도 마더구스의 장점이 하나 있다면, 저런 기구를 봐도 단번에 아 저건 험티덤티다!!하고 와닿는다는 것. 영국 역사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긴 될 거에요! (성인 영어 전공자인 저에게는 그랬구요..) 아이들에게는 뭐 굳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영어를 제2 언어로 배울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며 마더구스를 영어 학습 용도로 쓰는 것에 대한 저의 아주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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