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들의 인스타 계정이나, 유투브를 보면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쾌감이 큰 것 같다. 아마도 대리만족인듯 하고, 짐이 많이 없는 깔끔한 집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내 스스로도 거의 평생을 미니멀리스트라고 자부하고 살아왔음에도 - 이 부분에서는 할말이 많다. 거의 청소년 시절(?)부터 물건 버리기에 달인이 되었던 듯하다. 그때는 미니멀리스트라는 개념은 몰랐었고, 그냥 철지난 물건들과 학습이 끝난 교과서와 책들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큰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어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그렇게 살아온 듯하다. - 그렇게 살아왔음에도 아직도 완전한 미니멀리스트는 아닌 것 같아서, 더 도달하고 싶은 지점은 있다.
"꼭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해"라는 압박감에서는 절대 아니다. (마치 살을 빼야해, 영어 공부를 해야해) 같이 스스로가 필요성을 느껴서 시작하는것이 아니라, 나는 본능적으로 집에 짐이 많아지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냥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서' 비워야함이느낌으로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집에 짐이 많아지면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뺐기는 느낌이 든다. 내가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이라서, 에너지 소진이 항상 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집에 가득한 물건들과 싸우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다 버려버리고 싶어진다. ㅋㅋ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난 연말의 오늘 아침도 이러한 느낌을 크게 받았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아이들 짐이 크게 느는데,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거의 사주지 않는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는 예외로 산타할아버지가 준다는 핑계로 원하는 장난감을 사준다. 또한 유치원에서도 선물들을 주시고, 부모님들께서 주시기도 하시니 이때 장난감이 확 느는데다가, 오랜만에 집을 방문한 친절한 친구가 딸들이 놀던 깨끗한 장난감을 물려주었다. 이런 감사한 일들이 모이다 보니 장난감이 한꺼번에 4~5개가 늘었는데 모두 부피가 큰데다가 수납장이 거의 없는 우리 집에서는 이런 장난감들을 늘어 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
게다가 늘 미술 용품을 거실 가득 늘어놓고 미술 활동을 벌이는 첫째아이 때문에 거실은 더욱 발 디딤틈이 없어졌다. 한숨 가득 나오는 상황이다. 본능적으로 아침부터 물건을 버리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중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은 정말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없다고해도 무방할 정도다. 대부분의 물건이 '편의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다. 아이들 장난감도 마찬가지. 놀아주기 귀찮을 때 정신팔리게 하기 딱 좋은 물건 정도로 생각 된다. 우리 아이들은 장난감이 참 없는 편인데,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고, 장난감 가득 채워놓은 채로 영아기 시절을 보내다가 아이가 커가면서 장난감을 즐기는 시간은 길어야 3일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거의 처분한 채로 이사를 왔기 때문이다. 장난감이 없더라도 아이들으 사부작사부작 그림을 그리고 만들면서 역할 놀이를 잘 해왔고
좋아하는 장난감인 소꿉놀이, 놀이용 쌀(생쌀, 모래놀이를 대신 할 수 있다.), 몇 가지 퍼즐, 15개는 족히 되는 stuffed animals, 보드게임, 실바니안 인형 장난감 -늘어 놓으니 생각보다 많다- 등으로 충분히 너무 잘 놀았다. 사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적은 거의 없고 생각나면 한번씩 놀고 집어놓는 정도. 이번에 감사히 받은 많은 장난감들도 결국 3일 놀다가 다시 관심이 시들해졌지만, 자리를 많이 차지하게 되니 나에겐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다.
미니멀리스트가 된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대게 엄청난 물건 수집가였다가 한 번에 많은 양의 짐들을 덜어내면서 인생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하고 극단적으로 미니멀리스트가 된 케이스가 꽤 있는 듯 하다.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조금씩 하나씩 포기하게 된 경우인데, 옷, 화장품에 대해서 많이 미련을 버리게 되었고 그나마 많이 모으고 있었던 책도 요즘에는 하나 둘씩 처분하고 있다.
물건을 포기하게 된 경우에는 나 자신에 대해 무언가 깨닫는 순간이 왔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나의 취향, 무의식적인 쓸데 없는 습관 등을 깨달은 시점으로 부터 물건들을 차차 줄이게 되었다. (각 물건들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게 된 과정은 나중에 자세히 따로 글로 쓸 예정이다.)
옷은 버려가면서 점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게 되었다. 안 입는 옷을 꾸준히 처분하면서 내가 좋아하면서도 나에게 잘 맞는 스타일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대부분 무채색의 깔끔한 스타일의 옷만을 찾는 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싼 옷을 주기적으로 사고 버리는 것을 그만두기로 다짐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이미 있는 질 좋은 옷을 대체할 새로운 옷들을 잘 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 동안 버린 옷들의 특징을 잘 기억하면 비슷한 옷들은 아무리 예쁘다 한들 잘 안사게 된다. 나의 경우, 털이 조금이라도 빠지는 옷, 입었을 때 불편한 옷, 어깨가 각진 옷, 꽉끼는 상의, 패턴이 화려하여 금방 질리는 옷 등등은 절대 사지 않는다.
화장품은 나에게 과한 색조 화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꼭 필요한 것만 산다. 메이크업 베이스, 쿠션, 눈썹, 립스틱, 컨실러 이렇게 5가지가 전부이다. 기초 화장도 지금은 크림 하나만 쓰지만 선물 받거나 피부 상태에 따라서 한 두개 더 쓰기도 한다. 올리브영가서 심심하면 하나 둘 씩 사보던 소비습관이 사라져서 요즘은 올영세일을 초월한 사람이 되었고, 습관처럼 사던 마스크팩도 더 이상 사지 않고 있다.
그릇도 마찬가지. 매일 쓰는 그릇의 유형이 정해져있고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그릇은 웬만해서는 절대 사지 않는다. 아무리 예뻐도 '와아 너무 이뻐' 10번 정도 남발하고 구매는 하지 않는 푼수같지만 매우 냉철한 짠순이 아줌마가 되었다. 내가 그릇을 사는 경우는, 아무 무늬도 없는 아이보리 색감의 이딸라 띠마 그릇이 세일 하는 경우에 그것도 그 동안 쓰던 모델의 그릇을 추가하고 싶을 때 외에는 없다. 어차피 아무리 예쁜 그릇이라도 몇 번 쓰면 질리고 그저 그런 내 주방에 어떤 물건 하나일 뿐이 되버린다는 점을 깨닫고는 잘 안산다. 질리지 않고 어떤 음식을 담아도 예쁜 심플하고 깔끔한 그릇 몇 가지면 족하다. 신혼때 금박으로 씌인 그릇을 예쁘다고 사놓고 전자레인지에 몇번 돌리니 금박 색이 변해서 어찌나 속상하던지, 그리고 예쁜 그릇들을 손님용으로만 몇번 쓰고 자리를 차지하는 꼴도 영 맘에 안들었었다.
최근 나 자신에 대한 드라마틱한 변화는 '책에 대한 집착 내려놓음'이다. 나는 책을 너무 너무 좋아하는데, 어느순간 의미없이 휘리릭 읽고 쌓아놓는 다독이 결국 생각보다 나에게 남는 것은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됨과 동시에 내가 쌓아둔 책들의 대부분은 내가 다시 찾아읽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책을 더 이상 사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게 올 12월의 다짐이다. 책을 보는 행위와 사는 행위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과, 책장을 가둑 채운 책들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주요한 감정이 '행복감'이 아니라 '압박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건들을 소유한다면, 유용하거나 아니면 나에게 기분좋은 에너지를 주어야 할 텐데 책장에 가득 꽂힌 책들을 보면 내가 느끼는 감정은 늘 숙제를 해야할것만 같은 '압박감'이었다. 읽다 말고 꽂아둔 책들, 아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고 사놓은 책들도 많았고 그 당시에는 내용이 너무 좋아서 나중에 꼭 읽어야지 했던 책들도 결국은 다시 꺼내서 보는 일들이 없었기에 책장쪽을 쳐다보면 한숨이 나오곤 했다.
그래서 가장 최근에 다짐한 것으로는 책을 사지 않는 것이다. 내년의 나는 책을 많아야 3~5권만 사기로 다짐했다. 읽고 싶은 책은 늘 생길 것인데 최근 집 근처에 도서관을 알게 되어서 거기를 애용할 계획이다. 정말 소장하고 싶다, 혹은 여러번 닳도록 읽고 싶다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 생긴다면, 1년에 3권 정도면 족하리라본다. 어차피 나는 많은 책을 닳도록 읽을 에너지와 시간이 없기 때문.
에너지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를 쏟을 물건을 줄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단순한 삶이 주는 큰 행복감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것 같다. 물건은 돈뿐만 아니라 내 시간과 에너지를 가져가기 때문에, 적게 소유하고 더 삶을 즐기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빨리 커서 물건들이 많이 줄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이 녀석들이 자신만의 통찰과 취향을 알아가기 까지 얼마나 많은 물건들을 사고 버릴지를 생각하면 조금 아찔하하기도 하지만 지금 귀여운 순간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 어쨌든 오늘 최선을 다해 또 정리하고 비울 궁리를 해본다.
오랜만에 글을 썼더니 두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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