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서들을 통해 '책육아'에 대해 알게 된 이후에 내 육아 방향/ 가치관이 잡혀가는 듯 했다.
아기가 어릴 때 부터 양적인 다독을 권장하며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기르면,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없이 똑똑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 나에게 너무 매력적인 육아 방법이었으므로...
(물론 그 책들에서 하루 종일 집에 잡아두고 '책만' 읽히라고 하지는 않는다. 체험과 경험도 중시하고, 부모가 육아서를 탐독하며 아이의 발달과정을 이해하기를 권하고 있다.)
'나도 이렇게 키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책은 어쨌든 읽히는 양이 많아야 좋다는 내용들이어서 책에 언급된 추천 전집들도 많이 들여왔다.
아이는 돌 이후로 부터 정말 들이는 전집마다 수 십번을 반복해 읽어달라 해왔고, 감사하게도 내 바램대로 책을 정말 좋아해주었다.
그런 아이가 신기하기도 하고, 앉은 자리에서 수십권씩 (물론 짧은 그림책들이다 ㅋㅋ) 읽어달라고 하는 모습에 더더욱 책을 더 많이 들이고 욕심내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책에 나오는 독서 영재들처럼 밤새 읽어달라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난 영재로 키울 맘은 없으므로 -- 자그마한 아기가 그림책을 뽑아오는 모습이, 그리고 약간 인상쓰고 집중해서 책을 보는 모습이,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좋았던 것 같다.
문제(?)는 어린이집에 아이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터 생겼다.
책을 밥 먹듯이 하루에도 몇 번씩 뽑아오던 아이가 책에는 통 시큰둥하고 관심도 없어진 것이다.
밥이나 간식 먹을 때 빼고는 책을 읽어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장난감, 놀잇감, 놀이터만 좋아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내가 들인 책들이 흥미가 없는 것일까... 너무 어려운걸까... 새로운 전집을 들여보기도하고... 장난감을 구석에 치우고 책 위주로 위치를 바꾸어 보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니 기다려보기로, 욕심내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가도,
"아, 정말 책에서 말하는 것 처럼 만 세살 전에 기관에 보내면 책과는 멀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초조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나올 둘째를 케어하면서 첫째를 다시 가정보육 해야 책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내 그릇에 전혀 맞지 않는 무모하고 미친(?) 생각에 사로잡힐 무렵...
맘카페에 '첫째 가정보육하며 둘째보기' 등등의 키워드를 검색해보고, 책육아 관련 카페에서 이런저런 글을 읽다 영유아기 과도한 독서가 일으킬 수 있는 '초독서증'이라는 유사자폐증도 알게 되다보니,
'문제'는 어린이집이나 아이가 아닌 바로 '나'한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소위 '책육아'라는 이름하에 사실은 조기교육하고 있던 것은 아닐지, 아이가 읽어나가는 책의 양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사교육 안시키고 키우는게 목표라면서 사실 책을 학습과 연관 시키고 욕심부리던 것은 아닌지, 아이는 자기 수준에 맞는 책들만을 재미있게 읽을 뿐인데 내 욕심에 수준 높은 책들을 빨리 들이밀진 않았는지, 등등
영유아기에 전인적인 발달이 중요한데, 어느 순간 부터 내 머리속에는 오로지 책, 책, 책 뿐이었던 것이다.
책만 잘 읽히면 모든게 해결될 거라는 착각하에, 육아의 중심에 책만 놓고 책에만 매달리고 있던 것이었다.
반면 아이는 엄마가 애 수준에 안맞는 창작동화들을 깔아놓거나 말거나, 본인이 재밌어 하는 생활 밀접 동화 (추피, 곰곰이 등)에 몰입하며 자기 수준에 맞는 좋아하는 활동에 열을 올리며 알아서 제갈길 잘 찾아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엄마인 나만 혼자 전전긍긍하며, 불필요하게 속만 태우고 있었던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 포장한 어마무시한 엄마만의 욕심안에서 말이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면 책 많이 읽혀줘서 또래보다 영민한 아이가 되기를, 영어책 노출해서 영어도 자연스레 잘하게 되기를, 한글도 일찍 떼주어서 우리 아이 벌써 이정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심리가 분명 있었던것이다 나에게는.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해도 충분한 이 자그마한 아이에게 말이다.
책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육아서들만 읽고, 무엇에 씌인 사람처럼 '다음엔 무슨 책을 읽힐까'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스스로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한대 맞은 것 처럼 띵했고, 마음을 진짜 내려놓기로 했다.
이번에 깨달은 점이 있다면, 블로그나 카페를 보면 양적인 다독의 문제점을 경험하신 맘들의 글도 꽤 보였다는 것과, 책육아에 관해서 내 스스로가 균형잡힌 독서를 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많이 읽히면 좋은 줄만 알았지, 조심해야할 부분도 있는데 그 점은 간과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것까지는 좋은데... 한쪽에 치우친 독서, 책 편식은 위험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자칫 내 아이에게 큰 실수를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육아에 관해 균형잡힌 생각을 갖기 위해... 내가 읽었던 책들과 앞으로 읽어보려고 하는 책 들을 정리하고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1. 푸름아빠의 아이 내면의 힘을 키우는 몰입독서

책육아의 시조새(?)격인 듯한 책. 아마 책육아 열풍을 불러일으킨 책 중 하나인 것 같고 운영하시는 사이트도 이미 유명하다.
아이에게 이른 개월 수 부터 다양한 다독을 권장하고, 한글을 빨리 뗄 수 있다고 언급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부분의 위험성을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참고)
아이의 성장 단계별로 책을 읽어나가는 양상이나 부모가 해주어야 할 부분, 아이에 대해서 이해해주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정리되어있다.
다만 나는 아이를 영재로 키우겠다는 정도의 열성은 없기에, 어느 정도 참고는 하되 백과사전을 들인다던지 하는 부분에서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성장 단계별 추천 도서 목록이 나와있는데, 이부분은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분야별로 개월수에 맞게 어떤 전집을 들여주면 좋을지 참고하기에 유용한 반면, 단점은 추천 도서의 수준이 영재인 푸름이 기준인지는 몰라도 평범한 내 아이의 수준에는 어려운 책들이었고, 아무래도 연식이 있는 책들이라 현재는 절판되거나 최신 전집과는 거리가 먼 책들인 경우가 많았다.
2. 불량육아

술술 잘 읽히고 공감도 많이 되었던 책.
본인의 시행착오를 여실히 드러내주셔서 개인적으로는 읽고 감동도 많이 받고 나도 모르게 책육아를 따라하게 되는 책이었다.
(블로그도 가끔 가보는데 아이도 다재다능하게 너무 잘 커주어서 마냥 부러운...! )
전집을 위주로 다독하는 것을 권장하는 부분과 한글을 일찍 떼주고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는 읽기 독립 부분은 푸름아빠와 비슷한 부분이다.
아이를 키워나가면서 틈틈히 들춰보니, 아이에게 어려운 수준의 책을 들이밀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나는 비교적 너무 어려운 책들을 들이밀지는 않았나 반성중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
전반적으로는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거나 체계적이지는 않아서 책육아를 따라하기에는 막히는 부분도 있어서 다른 육아서들도 찾게 된다.
무튼, 책을 읽는 환경 조성가로서의 엄마의 역할과 사교육보다는 자유시간과 마음껏 놀게하는 여유, 건강한 음식 만들어 먹이기, 미니멀리즘(블로그에 언급된다) 등등 전반적인 육아관이 공감도 많이 되어서 좋았던 책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 하나만 키우면서 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만 세살 이전 기관 생활은 각 가정의 사정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또 이후 출판된 책들의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좀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3.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앞의 두 권의 책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책이다. (작가분이 한국인이 아닌 것 같기도!)
아이들에게 오랜시간 꾸준히 동화책을 읽어주어서 좋은 효과를 보았다는 내용은 '책육아'와 맥락이 같다.
하지만 전집의 다량구매는 지양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수준의 단행본을 몇 권씩 들여 반복해 읽어주는 스타일이다.
문자 터득 또한 창의성을 해칠 위험이 있어서 느긋하게,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천천히 진행했다는 점에서 앞선 두 책과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도 책 자체 보다는 그림책을 익혀주는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이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내용이 강조되는 책.
지금껏 읽은 육아서 중 가장 균형잡힌 내용인 듯 하고,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다.
(다 읽으면 리뷰를 올릴 생각이다.)
참고 : '영어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도 재미있게 보았다. 영어 노출과 책을 통한 영어 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4.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이번에 '초독서증'에 대해 찾아보면서 관련도서로 자주 언급되어 읽어야 겠다고 다짐한 책이다.
책육아를 한답시고 조급해하고 전전긍긍해하던 내가, 책육아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얻기 위해서는 영유아기 과도한 독서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언급한 이 책을 꼭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지 과하면 독이 되는 것 같고, 또 어린 아이들에겐 인지 발달 만큼이나 신체 발달과 정서 발달이 중요한 부분이니 균형잡힌 육아를 위해서라도 꼭 읽고 리뷰해 볼 예정이다.
많은 양의 다독을 권장하는 책육아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있다고 하니 꼭 읽어봐야겠다.
마무리...!
그래도 적당량의 책은 아이에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책만 너무 보는 것은 안 좋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의 건강과 행복이 우선이고 책은 그냥 가늘고 꾸준하게 함께하는 무엇이 되면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불량육아에서 언급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아이들은 널널한 시간과 멍때리는 시간과 뻘짓하는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균형잡힌 육아가 중요하다는 것 !!!
⭐ 덧, 오늘 이러한 생각의 과정을 거치고 아이를 하원시켰는데 책에 대한 나의 집착과 마음을 내려놓아서인지는 몰라도 아이를 대하는 마음이 더 밝고 가벼워졌다.
우리아이는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모습에 책이 전부인 아이였으면 하는 모습은 없으므로 -- 책이 삶의 긍정적인 일부인 아이였으면 하고,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찾아 야무지게 해내는 아이였으면 하므로...
(엄마가) 책에만 너무 집착하지말고 전인적인 자극과 활동을 열심히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고 보니 우선 내가 행복해서 아이한테 더 즐겁게 다가가게되고, 자기전에는 어김없이 읽고 싶은 책들을 한아름 뽑아오는 모습을 보니 이만해도 충분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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